회고

삶의 지도

하늘을난모기 2024. 9. 22. 16:49

Prologue

글또10기를 지원하면서 삶의 지도라는 재밌는 문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내가 가지는 방향성은 내가 지나온 기억들로 인해 형성이 되었다는 생각하기에 굉장히 마음에 들던 문항이었다.

사실 나는 내 일생에 대해서 기록을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 대한 메타인지는 어느정도 형성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개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이 글에서 내 삶의 지도 중 개발과 관련된 부분만을 재가공하여 다시 한 번 작성 해 보려고 한다.


개발이 뭔데?

내 인생에 있어 개발자를 선택한 것은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자를 선택하기 전 까지, 개발자라는게 뭔지도 몰랐다.

고등학교까지 나는 특출난 부분 하나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평범하지만, 귀가 좋지 않다는 것이 항상 내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잘 듣지 못하더라도 내가 충분히 즐길 수 있던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컴퓨터가 좋았기 때문에, 대학 입시 원서를 모두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지원했고, 그렇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게 된다.

컴퓨터 전공을 하게는 되었지만, 그럼에도 코딩은 대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다뤄보게 됐다.
컴퓨터가 좋았던거지 개발이 뭔지도 모르는 학생 no.142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덕분일지는 모르지만, 코딩 관련 과목에서 내 1학년 1학기 성적은 뒤에서 10등안에 들 정도로 재능이 없었다.

재능은 없다.
그치만, 나는 개발자라는 길을 택할거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개발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정면돌파

처음으로 한 것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학 보충 수강이었다.
학교에서 IT 특강으로 방학마다 특정 과목에 대한 2~3주 단기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코딩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1학년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졸업할 때 까지 총 4개 강의를 들었으며, 이 강의들을 통해 개발, 보안, IoT 등 정말 다양한 언어들과 실습을 해볼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정말 많은 외부 활동에 참여했다.
사정상 군대에 갈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2년이라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2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 외부에서 모집하는 스터디에 참여를 했던 것 같다.
이 스터디에는 현업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더 많았다.
이 스터디 참여가 내게 있어서는 굉장히 큰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도전에 대해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
사실 이것이 내게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자 가장 크게 얻은 활동이었다.

귀가 좋지 않다는 것은 내게 있어 항상 걸림돌이었고,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던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외부에서 진행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사람을 만난다는 이 두려움을 정면으로 부딪쳤고, 내 허점에 대해 미리 말을 하여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은 어렵지만, 두 번부터는 어렵지 않았다.

또한, 이 스터디에서 내게 개발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다.


자만감

첫 스터디 이후로 더 많은 스터디에 참여를 했고, 여러 해커톤 대회에도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정도 개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때가 3학년으로 기억한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에 자바 스터디를 하나 들어가게 되었다.
이 스터디에 들어가기 앞서, 다른 스터디와 여러 활동으로 나는 자바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터디 첫 날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는 '자바로 뭐든 다 만들 수 있어요'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말을 했다.
(이 때는 자신감이었다.)
첫 날 과제는 숫자 야구 게임 이었다.

나름 코드를 잘 짜왔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발표를 했다.
이후 같은 스터디에 참여했던 10년이 넘는 개발자 분이 자신의 코드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시는데...

진짜 1도 알아 듣지 못했다.
분명 자바인데 저렇게까지 코드를 나누고 분리할 수 있구나 싶었다.
OOP는 이렇게 사용하는구나...

내 자신감은 자만감임을 깨달았고, 이 때 겸손을 배웠다.

흔히 말하는 더닝-크루거 효과의 우매함의 봉우리를 찍었으며, 나는 오히려 일찍 알아차리게 되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가장 처음 진행했던 스터디의 한 개발자분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계셨다.
개인적으로 이 분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나 역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준비를 하게 되고, 여러 프로젝트도 경험을 하게 됐다.

안드로이드 개발은 참 재밌었다.
내가 직접 내 핸드폰에 올려서 확인할 수 있다고? 내가 원하는 앱을 만들어 쓸 수 있다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안드로이드 개발이 너무 재밌었기에, 내 개발의 방향은 안드로이드로 정했다.
실제로, 친구와 유럽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의 일정표를 앱으로 만들어 여행하는 동안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코딩 교육 활동

여러 대외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코딩을 알려주는 활동도 진행했다.

사실 이 활동 역시 개발 관련 활동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교육 활동임에 당황을 조금 했지만, 개발 외적으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 개발자로의 방향성을 형성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멘토님을 이 활동에서 만나기도 했다.
매일매일 잔소리만 듣지만, 그 잔소리를 들으러 찾아가는 마성의 멘토님...


인턴 그리고 암흑기 (취준기)

유럽 여행을 가기 전 진행했던 해커톤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회사에 교육생으로 들어갈 수 있던 기회가 있었다.
나는 이 때 아직 4학년 학생이었고, 취준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시절이라 취업이 쉬울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권유를 뿌리치고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취준을 하려는데, 생각보다 취업은 쉬운게 아니었다.
저 때의 권유를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라며 많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졸업 이후 운이 좋게 두 달간 나름 유명한 기업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름 개인적으로 안드로이드 개발에 자신이 있었다.
회사에서의 멘토님들이 우리가 멘토가 아니라 내가 인턴들의 멘토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우메함의 봉우리가 아닌 정말도 많이 배우고 공부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절망의 계곡을 넘어 상승으로 가는 시기였다.

다만, 결과적으로 정직원으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기술적 평가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걸 넘어서는 협업에 대한 측면이 많이 부족했다.

개발자는 혼자 개발하지 않는다.

조금 많이 아쉬웠지만, 또 하나를 배웠다는 생각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그렇게... 이후 약 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성과를 얻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그리고 개발자

안드로이드를 잘 몰라서 내가 떨어졌을까...
CS가 부족했을까...
코딩테스트가 약했을까...

이 시기에 공부의 방향성이 흔들리며 정말 다양한 언어와 개념에 대한 학습을 하게 되었다.
CS를 공부하면서, 블록체인 개발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하며, 게임 개발도 한 번 찔러봤다.

성과를 얻지 못하던 중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된다.
운이 좋게도 연수생으로 합격을 하여 활동을 하게 됐다.
나는 이 때 블록체인 기술에 너무 관심이 많아 블록체인으로 활동을 했다.
(기술이 아닌 코인을 샀어야 했다...)

연수생 활동을 하면서 한 회사에서 진행했던 해커톤에 참여를 했다.
운이 좋게도 입상을 하며 회사의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 회사에서 면접 합격 소식을 전달 받을 수 있었고, 채용 제안을 받게 된다.
다만, 나는 연수생 활동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었기에 채용을 거절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이 작업들을 더 깊이 할 수 있으니까..!

이 회사에서 내가 진행하는 활동이 언제 끝나는지 확인을 하고,
11월 이후 연수 활동이 끝나고 들어오는것은 어떤지 제안을 주셨기에 승낙을 했다.

이 회사가 내 첫 회사가 되었고, 개발자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웹 프론트를 하라고요?

개발자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입사를 했다.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채용이 되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의 커리어를 쌓을 생각이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업무는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웹 프론트엔드 개발'이었다.
개인적으로 당시에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을 싫어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고, 팀장님께도 얘기를 드렸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원래 들어가야 했던 안드로이드 개발팀이 없어지게 되면서, 웹으로 이동하게 되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중에 다시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게 해 준 다는 말을 믿고...

웹프론트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방향성의 확립

안드로이드를 시켜준다고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이제는 커리어 전향보다는 웹으로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드로이드의 커리어를 포기하기는 아쉽지만, 외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취미로 개발을 하게 된다.
이 때 안드로이드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런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도움을 줬다.

내가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들이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을 보고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 라는 내 방향성을 정하게 된다.

지금까지 받아온 여러 멘토님들의 조언과 내가 해왔던 경험들에는
나는 누군가를 도와줄 때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리고 그 자체에 내가 더 재미를 느끼게 되어,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가 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때 부터 내 개발자의 방향은 정하고 그 길로 정진해가는 중이다.


마무리

여전히 나는 개발자다.
이제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다만 경력을 조금 곁들인...)

개발자임과 동시에 내 범위 안에서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개발자다.

성향상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 공개적이기 보다는, 친해진 사람들의 지인 혹은 익명 활동으로 조금씩 조금씩 도움을 주는 편이다.
여전히 누군가를 도와주는것은 재미있고, 내게도 많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비록 이 글은 글또에 지원하기 위한 글이 될 수 있지만,
개발자로의 여정이 아닌 내 인생에 대한 조금 더 디테일한 여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록을 해두고는 있었다.

그 기록을 읽어보고 다시 재가공하여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합격여부를 떠나서, 이런 시간을 제공해준 글또에 감사드린다.